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술 한 잔을 즐기는 행위가 아니라, 그 와인이 자라온 ‘땅’과 ‘기후’, 그리고 ‘사람’을 함께 마시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와인의 출처와 정체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지리적 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GI(Geographical Indication) 제도도 이 흐름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세계 와인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지역 구분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1. BC주의 GI (Geographical Indication)
BC주의 GI는 비교적 최근에 정립된 체계로, 와인의 지역적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9개의 GI와 12개의 Sub-GI가 존재하며, 해당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가 95% 이상 포함되어야 GI를 라벨에 표기할 수 있습니다.
Sub-GI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치면 ‘특정 마을이나 포도밭 수준의 세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장점: 현대적이고 유연한 체계, 소비자 친화적인 구조
- 한계: 비교적 역사가 짧아 전통이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아직 약점이 있음
2. 프랑스의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프랑스 와인은 AOC(원산지 통제 명칭) 제도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엄격한 규제를 받습니다. AOC는 단순히 지역뿐 아니라, 포도 품종, 재배 방식, 수확량, 숙성 방법까지 법으로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샤블리(Chablis)**라는 이름은 부르고뉴 지역의 특정 구역에서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와인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외 지역에서 만든 샤르도네는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장점: 전통과 품질의 상징, 세계적인 신뢰도
- 한계: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혁신을 제한할 수 있음
3. 이탈리아의 DOC / DOCG (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이탈리아는 프랑스보다 조금 더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품질 보증 중심의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DOC는 통제된 원산지 명칭이고, DOCG는 보증까지 더한 상위 등급입니다.
각 지역은 전통적인 품종과 양조법을 유지하되, 새로운 해석이나 창의적인 스타일도 비교적 수용하는 편입니다.
- 장점: 품질 보증과 유연성의 균형
- 한계: 지역 간 등급의 일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음
비교 정리
결론
BC주의 GI 제도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보다 현대적인 소비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전통과 정교함을, 이탈리아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대표한다면, BC는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과 떼루아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무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의 블로그에서는 BC의 Sub-GI 하나하나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비슷한 지역들과 비교해가며 소개해보겠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